양민철 목사, 병상에서 문안드립니다

관리자
2024-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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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2.17(토) 


토요일 아침, 희망찬 믿음의 가족들에게 문안드립니다.

설연휴 후 첫 한 주를 잘 보내셨는지요? 쉼이 주는 행복은 앞선 활동을 중단하고 몸과 맘에 여유를 찾는 것이라면 쉼을 얻은 후 밀린 일들을 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월요병을 들 수 있습니다. 같은 맥락에서 명절연휴 후 첫 주가 부담스러운 것이지요. 아무튼 잘 지내셨고 고생하셨습니다. 늘 함께하시는 주의 은혜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지만 우리 삶 구석구석에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함께 감사하기 원합니다.


저는 설연휴와 상관없이 병원에 가는 일 외에 집에 있었습니다. 잘 차려진 설날 가족들의 식사에 참여치 못했습니다. 금년에는 멀리 목동에서 설날음식을 준비했습니다. 처제가 정성껏 음식을 장만했지만 함께 식탁에 앉지 못했습니다. 몸은 천근만근이고 잠시 서 있기 어려울 정도이고 목소리는 등짝에 붙어 들리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복통으로 인해 약속을 지키거나 계획을 세우는 일이 참 어려워졌습니다. 


금년들어 두 번 밖에 설교하지 못했습니다. 장이 막히는 증세로 인해 제대로 먹지 못하고 그 기간이 두세 달이 되다보니 체력은 바닥을 치고 제대로 서 있기 조차 어려운 지경입니다. 


이대로 있으면 더 가라앉을 것 같아 지난 주일 저녁부터 독한 맘으로 먹기 시작했습니다. 배변의 고통은 나중 일이고 일단 입맛부터 살려 먹기부터 잘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렇게 이틀을 반복했을 뿐인데 그간 누적된 것들과 맞아떨어져서 인지 몰라도 어느 정도 기력을 찾았습니다. 


지난 화요일(13일)부터 항암주사를 맞기 위해 경희대 병원에 입원 중입니다. 격주제로 입원하여 2박3일간 항암주사 및 치료를 받는데 종종 며칠 연기되기도 합니다. 이번 주에는 염증수치가 좀 높아 며칠 더 있으라 해서 병원에 묶여있습니다. 요즘 내 몸을 내 마음과 뜻대로 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장폐색 증세(대장이 막혀 배변이 어려운 증세)는 많이 좋아져 배변을 잘하고 있습니다. 느닷없이 찾아오는 배변의 고통을 주체할 수 없을 때가 있으나 그 강도와 빈도가 점점 즐어들고 있습니다. 


장폐색 증세가 시작된 시점을 미루어 짐작해 볼 때에 대략 '석 달'입니다. 지난 석달 동안 음식물 섭취에 엄청난 불편을 느꼈습니다. 제대로 먹지 못했습니다. 그렇다 보니 조금만 먹어도 배부르고, 싱거운 음식조차 엄청 쓰고, 식욕이 점점 사라지는 부작용이 생겨 또 다른 난제(잘 먹어야 하는)가 하나 더 생긴 거지요.


앞선 글에서 말씀드린 대로 다행히 지난 주일밤부터 조금 입맛을 찾았습니다. 입원 중에도 계속 노력하고 있고 무리없이 잘 먹고 있습니다. 맛있게 많이 잘 먹고 싶습니다. 일전에 딸이 보내준 사진 영상을 보며 아름다움의 제일조건은 ‘건강’이란 생각이 들더군요. 건강해야 아름답고 건강해야 좋은 것을 같이 나눌 수 있습니다. 곧 그런 모습으로 희망찬교회 믿음의 가족들을 뵙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주일은 병원에 있어야 해서 친구 최헌국 목사(생명평화교회, 전 예수살기 총무)를 설교자로 초대하였습니다. 흔쾌히 달려와주겠다 하였습니다. 저는 다음 주일(25일)에 좀더 다듬어진 모습으로 여러분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평소 엘리너 루스벨트 여사의 말을 인용하곤 했습니다. 


“그 누구도, 그 무엇도 내 허락이 없이는 나를 불행에 빠뜨릴 수 없다!”


여전히 그녀의 행복선언을 지지하며 내 삶에서 그 선언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많이 힘들지만 견디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고통이 극에 달할 땐 ‘천국에 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굴뚝같지만 서너 시간 폭풍우 같은 통증이 지난 후에 다시 삶의 자리에서 내 역할과 사명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됩니다. 


봄이 온 듯하면 이내 꽃샘추위가 찾아오듯이 평화를 누리다가 느닷없이 사막의 모래폭풍처럼 통증세례를 맞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원하지 않고 일시적입니다. 폭풍 후 찾아오는 평화는 어찌 그리 달콤한지. 그 평화가 좀더 길어지고 점차 내 일상이 되는 기대를 가지고 있습니다. 밥 한 술에 배부르지 않듯이 건강회복도 시간이 걸릴 듯합니다. 


내일 말고 다음 주일부터는 서서히 봄을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다시 봄입니다. 


희망찬 가족들의 기도와 사랑과 헌신은 정말 소중하고 귀합니다. 제게 말할 수 없이 큰 힘이 됩니다. 저는 빚진 자입니다. 여러분을 사랑하며 여러분을 위해 기도하며 여러분을 위해 더 좋은 설교자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고맙습니다.



경희의료원 암병동 8층, 804호

양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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