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세이 | 큰 시련이라도 일어나면 시련의 끝이 된다 | 양민철 목사 | 2022.8.14 주보3면

관리자
2022-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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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시련이라도 일어나면 시련의 끝이 된다


지난 한 주간 어머어마한 물폭탄이 터졌다. 남서쪽에서 밀려온 고기압 전선이 한반도 허리에 걸친 상황에서 북쪽 찬 공기가 대기권 수증기를 비로 바꾸어 엄청난 비가 쏟아졌다. 기록적인 폭우로 인해 서울 동작구와 서초구의 피해가 매우 컸다. 1층 전포와 전통시장, 지하 매장과 반지하 주택, 지하 주차장과 주행 중인 차량의 피해가 크다. 이번 서울의 기록적 폭우는 80년 만에 최대치이고, 수도권으로 확대하면 115년 만에 최대 강수량이라고 한다. 짧은 시간에 일년 강수량에 육박하는 비가 내렸다. 순식간에 불어나는 물을 피하지 못해 반지하에 갇혀 유명을 달리하는 가슴 아픈 일이 있었다.


이번 비가 남쪽으로 내려가다가 다음 주에 다시 북상한다고 하니 걱정이 태산이다. 


비가 많이 내리는 때에는 하천의 범람으로 야영객들이 고립되거나 급류에 떠내려 가는 사고가 발생하곤 한다. 뉴스에 등장한 119구조대원의 말을 귀담아 들었다. 급류에 휩쓸리는 경우 깊은 물을 건너다 사고가 발생하는 것이 아니란다. 의례 깊은 물은 피한다. 문제는 거센 물살이다. 하천을 건너는 사람은 수위가 낮은 곳을 찾아 건넌다. 하지만 거센 물살에 넘어지면 심각한 위험이 따른다. 일어나면 허벅지에 차는 물이지만 중심을 잃고 넘어져 일어나지 못하면 온 몸이 물에 잠기고 급한 물살에 떠내려 간다. 얕은 물이라고 쉽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미끄러운 바닥과 거센 물살로 인해 넘어질 수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


구조대원이 일러준 말을 통해 우리 신앙의 적용점을 발견한다.


사람은 큰 바위에 걸려 넘어지는 예가 없다. 작은 돌부리에 걸려 넘어진다. 큰 바위는 위험이 감지되어 조심하지만 작은 돌부리는 무심결에 걸려 넘어진다. 우리는 작은 것의 위력을 과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신앙이 실족하는 대표적 이유 가운데 한 가지는 '오해'이다. 일본의 정치지도자 아베를 죽게 만든 청년은 통일교 축하영상을 보고서 테러를 결심했다. 축하영상에 등장하는 인물은 아베 만이 아니다. 각국 정상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청년은 아베 때문에 자기 집 재산이 거덜났다고 확신했다. 사실관계가 명확지 않은데 저격을 결심했다. 아베의 사망은 팩트 체크가 되지 아니한 정서적 확신이 불러온 어처구니 없는 사건이다. 


그 청년만 이런 실수를 범한 것일까? 섭섭한 마음이나 피해의식을 키우면 분별력을 잃게 된다. 작은 것을 크게 보게 한다. 하나를 전부로 보게 한다. 10프로 사실을 100프로 사실로 보게 한다. 심지어 없는 일을 있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자신이 생각하고 느끼는 것이 팩트를 뛰어넘게 한다. 자신이 믿는 바가 사실이며 느끼는 바가 실제 있었던 일이 된다. 이런 증상을 '리플리 증후군'이라 부르기도 한다. 우리 모두에게 어느 정도 이런 증상이 존재한다. 특히 심리적으로 취약해지는 상황에서 많이 발견된다. 이런 나약한 내면 세계를 가진 사람에게 '오해'는 넘어지기 충만한 이유가 된다. 


이런 위험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방법은 '의심'이다. 내가 느끼는 것이 맞는가? 내가 확신하는 것이 맞는가? 의심해야 한다. 지금 느끼는 감정이 얼마동안 오래 가는가? 그렇게 믿는데 몇 장면이 지난 후에도 여전히 그렇게 믿어지는가? 시간은 정서적 안개를 거둔다. 조금 신중하고 조금 더 인내하면 안 보이던 것이 보인다. 문제는 의심을 하지 않는데 있다. 의심하면 밝혀지지만 확신하면 굳어진다. 매일 아침 해가 뜬다. 하지만 그 날의 날씨에 따라 해가 보이기도 하고 보이지 않기도 하다. 해가 보이지 않아도 해는 정확한 시간에 뜬다. 내가 느끼는 것, 내가 확신하는 것에 근거는 무엇인가? 이런 분석적 접근과 성찰이 우리로 하여금 스스로에게 속지 않도록 만든다. 이런 내면의 정화 작업은 오해로 인한 불행을 막는다. 


작은 돌부리라고 무시하지 말자.


작은 시련이라도 일어나지 못하면 신앙의 끝이 되지만 큰 시련이라도 일어나면 시련의 끝이 된다. 오해의 늪에 빠져 뒹굴고 있다면 일어서기 바란다. 다시 일어서면 더 강해진다. 



양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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