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보칼럼] "북간도의 십자가" / 양민철 목사 / 2019.10.13

관리자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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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간도의 십자가


지난 주 목요일(10일) 용산CGV에서 다큐 영화 [북간도의 십자가] 시사회에 참석하였다. CBS 반태경 감독은 종교개혁 500주년이 되던 해에 3부작 다큐 [다시 쓰는 루터로드]를 찍은 후, 2년간 새로운 작품에 매진하였다. 일제 강점기 북간도 지역으로 이주한 조선사람들의 이야기를 그린 다큐다. 간도는 조선인 밀집지구다. 백두산을 기점으로 두만강 접경지가 북간도이고 압록강 접경지가 서간도다. 나라를 잃고 고향을 떠난 사람들이 이곳에 정착하여 살았다. 


작년에 역사학계 아이돌로 불리는 심용환 작가는 마지막 북간도 후예 문동환 목사의 회고를 따라 북간도 곳곳에 숨겨진 항일 독립 운동의 흔적과 의미를 찾았다. 이 영화는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모든 것을 바쳐 싸웠던 북간도의 그리스도인들의 이야기다. 하여 [북간도의 십자가]라는 제목을 붙인 것이다. 러닝타임 84분 동안 우리에게 친숙한 배우의 목소리를 접할 수 있다. 故문익환 목사의 아들이며, 북간도의 마지막 후예로 지난 3월 하늘의 부름을 받은 故문동환 목사의 조카인 문성근. 그가 내레이션을 맡았다. 기회가 된다면 희망찬 가족들과 함께 ‘영화산책’을 떠나고 싶다.


영화의 프리젠터 심용환 작가는 북간도 지역에 항일운동의 흔적을 찾아보다가 놀라운 사실을 알게 된다. 얼마 전에 영화로 개봉된 ‘봉오동 전투’와 ‘청산리 전투’ 등 항일 무장 투쟁에서 기독교인들이 중심이었다는 사실이다. 3.1운동 이후 최대 규모 만세시위가 벌어진 곳도 북간도 용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항일운동의 진원지가 교회였다는 것. 당시 이 지역에 정착한 조선인 그리스도인들은 마을을 개척한 후 먼저 교회를 짓고 학교를 지었다. 그들은 3천 개 교회를 짓고 3천 개 학교를 지으면 나라를 되찾을 수 있다는 믿음을 가졌다. 학교 수업 중 체육시간은 독립운동을 위한 군사훈련이었다. 


시인 윤동주를 비롯하여 목사 문익환, 강원용, 송몽규, 문동환, 안병무 등이 북간도 마을 학교 출신이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예수천당”만을 외치는 십자가가 아니었다. 개인 구원의 중요성과 함께 그 시대에 등불이 되고 역사의 주역이 되는 십자가였다. 3.1운동 백주년을 보내는 가을, 한 편의 다큐를 통해 북간도 그리스도인들이 남긴 위대한 발자취를 살펴보았다.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 대신 우리가 새로 기억해야 할 기독교의 자랑스런 역사가 있다는 것은 큰 위로가 아닐 수 없다.


문동환 목사는 병상에 누워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진지하게 살면 역사와 통하게 되고 예수님하고 교류하게 되는 경험을 가질 것입니다. 그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제가 영웅적으로 살았던 것이 아니라, 역사가 저를 그렇게 끌고 왔습니다. 우리를 만들어 주는 건 '역사'입니다."


기독교 신앙의 위대함은 역사를 회피하지 않고 역사의 주역이 되어 살아갈 때에 나타는 것. 오늘 우리 신앙은 중세 수도사들처럼 세상을 등지고 개인 경건에 치중할 것인가? 아니면 역사 가운데 오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역사의 소명 앞에 당당히 십자가를 짊어질 것인가? 선택해야 한다. 




양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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