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철의 글] "암벽타기 1년"

관리자
2021-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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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벽타기 1년


작년 9월 1일에 입원해서 8일에 수술을 했으니 어느덧 1년이 되었습니다. 초대하지 아니한 암(癌)이라는 손님이 찾아와 한 동안 고생을 했네요. 위 없이 먹고 살기 쉽지 않더군요. 입으로 경험하는 천국을 잃은 후 한 동안 정말 낙이 없었습니다. 겨울은 얼마나 춥던지. 지금도 손끝 발끝은 저립니다. 이번 겨울은 춥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겨울이 되어 봐야 알겠지요? 평소 겨울에 강한 체질이었는데 병들고 나니 겨울이 싫어졌습니다. 


지난 1년 간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많이 생각했습니다. 소중한 것을 잃은 뒤에 깨닫는 예가 많은데 제 경우가 그랬습니다. 건강 잃기 전에 자기 몸이 소중한 줄 알고 사랑으로 어루만져 주었으면 좋겠네요.


가을에 시작한 '암(癌)벽타기'인데 다시 가을입니다. 이번 가을에는 단풍 들고 낙엽 지는 것도 눈여겨 보려고 합니다. 자연이 주는 아름다운 그림들을 보며 하나님이 내게 주신 행복을 누릴 생각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혹독한 인생의 겨울도 영원하지 않고 죽을 것 같은 시련의 터널도 마침내 끝이 있습니다. 끝이 있기에 불행하지 않습니다. 인생은 여전히 축복입니다.


시련 앞에서 잘 견디는 것만큼 뛰어난 지혜는 없다는 생각입니다. 달리 방법이 없지요. 그저 참고 인내하는 수밖에는. 


수술받고 치료받는 과정에 공포스런 시간이 왜 없었겠습니까. 그런 순간들을 맞이할 때마다 갈보리산 십자가에 달려계신 그분을 생각하게 되더군요. 막연했던 그의 고통이 아주 조금은 실감이 나더군요. 믿음이 부족한 터라 갈보리산 십자가 그림이 너무 크고 멀게 느껴져 가까이 있던 형제의 아픔이란 지난 그림을 들여다 보았지요. 자신의 고통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6개월 동안 병원신세를 지다가 먼저 떠난 그는 얼마나 공포스럽고 고통스러웠을까를 생각하니 아무리 힘들어도 꾹 참을 수 있게 되더군요.  


지난 1년간 "치료가 힘들어서 그렇지 병은 낫고 있다"는 말을 종종 했지요. 저의 경우가 그렇다는 말입니다. 그렇기에 공포스런 순간을 견디고 고통스런 시간을 견디는 것이 시련 앞에 선 인간의 지혜가 아닐까 싶습니다. 우리 인생은 그렇게 굳어지고 강해지는 것이지요.   


지난 한 해 동안 감사했습니다.



양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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