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민철의 글] "한 번 더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_2021.1.20

관리자
2021-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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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더 생각하면 기분이 좋아집니다



어제(1/19)는 항암치료 절반을 마쳐 CT를 찍고 왔습니다. 벌써 절반이 지났으니 나머지 절반도 후딱 지나 가겠지요. 즐거움도, 괴로움도 영원한 것은 없답니다. 치료과정이 쉽지 않지만 시간은 흐르고 어느덧 반환점을 돌아 기분이 좋습니다. 


오늘은 작업도구를 목양실에서 교회 2층 유리방카페로 옮겼습니다. 햇볕을 쬐기 위해서 입니다. 이전에는 해를 피해 다녔는데 이제는 햇살이 주는 기운을 받기 위해 창가에 앉습니다. 건강이 참 중요한가 봅니다. 어서 따스한 봄이 되어 햇살을 맞으며 거리와 공원을 걷고 싶습니다. 항암치료를 마친 후 멀리 바다를 보러 갈 생각입니다.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몸무게가 15kg 빠졌습니다. 거의 청년시절 몸무게에 근접하고 있습니다.  좋은 점은 작아서 입기 불편했던 옷들이 딱 맞습니다. 이전에는 체중계에 오르며 불어나는 몸무게를 걱정했는데, 지금은 1kg라도 불어나면 기분이 참 좋습니다.


오늘은 친구와 장어를 구웠습니다. 한 주는 내가 사고 그 다음 한 주는 친구가 삽니다. 항암에 좋다고 장어를 사더군요. 뭐든지 기분 좋게 잘 먹으면 그게 최고지요. 걱정해 주는 친구 덕분에 맛집을 두루 섭렵하고 있습니다. 커피는 늘 내가 내린 것을 마십니다. 가까이에 함께 밥먹고 커피 마실 친구가 있어 좋습니다.  


종종 셀카를 찍습니다. 마땅한 피사체가 없다 보니 내가 나를 찍고 나를 편집합니다. 꾸준히 하다보니 기술이 늘더군요. 우리는 각자 인생의 편집자입니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주어진 것들을 어느 위치에 놓고 어떻게 연결하고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할지 순전히 우리의 몫입니다. 사진을 편집할 때 예쁘고 멋지게 편집할 마음을 갖는 것처럼 자신의 삶 한 순간 한 순간을 소중히 여기고 의미있게 가꾸어야 합니다. 비록 암에 걸렸지만 불행하지 않아 좋습니다. 병은 불편하고 고통스러울 때가 있지만 느리게 사는 법을 일깨워 주고 가까이 있는 작은 행복들을 볼 수 있도록 도와주어 좋습니다. 


오늘 하루도 참 좋았습니다.



2021.1.20 교회당 2층 유리방에서

양민철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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